자립준비청년의 주거와 의료 지원 사례 글/주신희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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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생애주기마다 보호 받아야 하거나 배워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채우기 쉽지 않습니다.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에 온 자립준비청년들 역시 비슷합니다. 오늘 소개할 박지현(가명) 크루은 아버지와 함께 살아 보육원에 가지는 않았으나 30여년간 혼자 산 것이나 다름 없는 사람입니다.

어머니는 가정 불화로 일찍이 집을 나갔고,아버지는 일용직으로 일했으나 가정에 무관심해,부모의 돌봄과 보호를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리커버리하우스 입소시 기본적인 것은 챙겨올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는데, 가져올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얘기를 해서 스태프들이 충격을 받은 일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거의 라면으로 하루를 버티고, 고교 졸업 이후에는 집에서 나갈 일조차 없어 속옷 2벌과 긴팔 옷 1벌이 전부라는 이야기도 믿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사춘기나 20대와 같이 정체성이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시기를 함께 보낼 수 있는 사람은 주변에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모든 일에 무감각해지는 것, 있으면 먹고 없으면 굶는 것, 몸이 아파도 돈을 아끼고자 병원을 가지 않는 것이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전부인 생활이 서른살이 넘도록 계속되었다고 합니다.어쩌다 알게된 기회를 통해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와 연이 닿았습니다. 처음 입소할 때 그는 한눈에 보기에도 건강이 염려될 만큼 왜소했습니다. 공동생활을 시작한 후에는 규칙적인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체크하고, 체력을 키울 수 있도록 야구 훈련에도 참여시켰습니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음식 중 처음 먹어본다거나 10여년만에 먹어본 음식이 있다는 말에 마음이 무너진 적도 있었습니다.

몸이 약해 천천히 조금씩 움직임을 늘려갔으나 그의 몸은 이 작은 움직임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는지 무릎에 염증이 생겼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며칠만 참으면 괜찮아질 거라는 말에, 몸이 아플 때는 참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알려주어야 했습니다.아마도 자신을 위한 첫 지출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도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상담을 하면 생활이 어려웠다는 건조한 이야기만 되풀이했고, 외롭고 불안하지 않았냐는 물음에는 잘 모르겠다는 표정만 지었습니다. 아마도 모든 것에 무감각하기로 선택한 결과이지 않을까 싶어, 더 세세히 확인하고자 협력 기관인 ‘예온정신건강의학과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습니다. 

그날부터 그는 자신에 대해 조금씩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이것이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알아가는 것, 그것이 자립 준비의 시작이자 기반이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