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머니투데이] [MT리포트] 외톨이 선택한 청년들① (22.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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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외톨이 선택한 청년들①

삼수→반수→자퇴…"나만 초라해" 4평 방 안에 나를 가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투명인간이 되고 싶었어요. 손가락질 받는 것 같았고…"


올해 25살(1997년생)이 된 최모씨에게 지난 4년은 깜깜한 상자 속에 갇혀버린 시간과 같았다. 4평이 채 되지 않는 방 안에서 그는 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았다. 가족과 같이 지냈지만, 일주일에 부모님이나 오빠와 대화하는 시간은 채 10분을 넘지 않았다. 최씨는 "점심, 저녁을 물어볼 때 정도나 얘기를 했던 것 같다"며 "한창 심했을 땐 그 대화조차 하기 어려워 쪽지로 엄마에게 대답했던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화장실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 최씨가 유일하게 밖에 나오는 시간은 해가 진 늦은 밤이었다. 그마저도 가족이 외출한 날을 골랐다. 그는 "검은 볼캡과 마스크로 무장을 하고 편의점에 간식을 사러가는 게 거의 유일한 외출이었다"며 "방에서는 누워 있거나, 핸드폰을 보거나, 게임을 했다"고 말했다. 움직이지 않으니 입맛이 있을 리도 없었다. 하루에 한 끼 정도만 먹었다.


최씨와 같은 청년을 우리는 '은둔형 외톨이'라 분류한다. 최근 몇 년 새 10~20대 청소년·청년 중 고립을 자처한 이들이 늘며 '고립청년', '은둔청년'이라는 단어도 생겼다. 통상 현장에서는 경제적, 심리적 어려움으로 고립감을 느끼는 이들을 '고립청년',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방 안에서 나오지 않으려 하는 이들을 '은둔청년'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정확히 몇 명의 고립·은둔청년이 있는지 통계조차 없는게 한국 사회의 현주소다.



/그래픽=김다나 디자인기자
/그래픽=김다나 디자인기자


은둔의 계기는 저마다 다르지만, '따돌림'이나 '학업·취업 실패'를 겪은 사례가 많다. 최씨의 경우는 '대입실패'였다. 첫 실패는 18살이던 고3, 두 번째 실패는 19살이던 재수 시절, 세 번째는 대학을 다니며 '삼반수(삼수+반수)'를 하던 때였다.


최씨는 "오빠도 공부를 잘한 데다 부모님의 기대가 컸었다"며 "그걸 충족시켜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실패가 반복되며 무기력함에 사로잡혔다"고 한숨을 쉬었다. 삼반수에 실패한 그는 6개월 정도 학교를 다니다 휴학하고, 결국 자퇴를 했다.


방 밖으로 나오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2년 전 부모님의 지인이 소개한 상담센터에 가 치료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최씨는 다시 방에 들어갔다. "남들은 대학도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하는데 나만 치료를 하는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져 가기가 싫었다"고 했다.


다행히 지난해 말부터 최씨는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다시 한번 용기를 내 상담센터를 찾았고, 정신과에서 약물치료도 병행했다. 하지만 그를 방 밖으로 밀어낸 가장 큰 힘은 엄마의 이해와 칭찬이었다. 최씨는 "무작정 대화를 하기보다 성취감을 느끼며 자존감을 회복하는 게 더 중요했다"고 먈했다.


전문가들은 "고립청년 문제는 더는 개인의 몫이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한다. 김혜원 호서대 청소년문화상담학과 교수(사단법인 파이나다운청년들 대표)는 "젊은 친구들이 치열한 경쟁에 놓여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기 힘들게 만든 사회에도 책임이 있다"며 "은둔청년들을 생산연령이 아닌 복지의 대상으로 보고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취업 등에 집중한 정책보단 자신감을 북돋아 주고, 사회성을 길러주는 프로그램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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