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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버리센터

리커버리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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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집스탭이야기 #9_투명인간을 보자_박기남 실장


투명인간을 보자

박기남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실장

월요일 오전, 소셜 미디어가 불이 난 듯 시끄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타임라인을 새로 고침할 때마다, 안타까움을 표현할 길이 없어 탄성만 내지르는 포스팅들만 올라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일까요? 퇴근 후에 육아와 살림을 아내와 나눠 하느라 그동안 뉴스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기에 더 당황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고 노회찬 의원이 투신하여 사망한 월요일 이후로 일을 하다가도 또 육아를 하다가도 또 살림을 하다가도 멍해지는 순간이면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가 자꾸 떠오릅니다. 사실 저는 잘 모릅니다. 노 의원의 인생도 잘 모르고, 진보정당의 역사도 요즘 올라오는 추모하는 기사들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왜이리 마음이 먹먹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쏟아지는 기사와 생전의 영상들 중에 유독 많이 공유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바로 2012년 진보정의당 출범 당시 당대표 수락 연설인 ‘6411번 버스를 아십니까?’라는 영상입니다. 6411번 버스는 구로에서 강남으로 가는 노선입니다. 새벽 4시와 4시 5분, 두 타임은 항상 같은 아주머니들이 타고 내려서 서로 얼굴을 다 아는 사이랍니다. 이 아주머니들은 강남에 있는 큰 회사의 빌딩 청소부입니다. 이름은 있지만 이름으로 불리지 않고, 존재하지만 존재를 느끼지 못하는 ‘투명인간' 같은 사람들. 노 의원은 ‘투명인간' 들을 위한 정치를 해야한다고 소리를 높였습니다. ‘투명인간'의 범주에는 6411번 버스의 새벽 손님들과 더불어 쌍용차 노동자들, 용산참사 희생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있었습니다.


(연설 영상입니다. 한번 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이 영상과 전문을 적은 기사, 그리고 노 의원 생전에 페이스북에 포스팅한 기록들이 시시각각 타임라인에 올라왔습니다. 볼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보면서 왈칵 눈물을 쏟고야 말았습니다. 저는 왠만하면 울지 않는 편이라, 가족이 죽어도 울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상을 보면서는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왜 그런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며칠째 ‘투명인간' 이라는 단어가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더군요.

노숙인은 거주불명등록제라는 2010년에 시행된 제도로, 거주지가 없더라도 투표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다만 실효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주민등록을 재등록해야 하고 신분증 역시 있어야 하는데, 재등록과 신분증 교부에 몇 만원의 과태료가 들어가 노숙인들은 할 수가 없거나 안 한다고 하네요. 거주불명등록자 중 0.2%가 2016년 선거에 참여했다는 통계가 있으니, 상당히 처참한 수준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정치인들 역시 사진만 찍고 가지, 실제적인 공약은 내놓지 않거나 지키지 않거나로 귀결된다고 합니다.

(갑자기 거주불명등록제 얘기를 꺼낸 이유는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을 이번 글을 쓰면서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바하밥집을 함께 시작한 2010년에 시행된 제도인데 제가 잘못 알고 있어서, 일부 후원자, 봉사자들께 잘못된 정보를 드렸습니다. ‘정치인도 찾지 않는 ‘투명인간' 같은 노숙인’ 이라는 문장을 만지작 거리다가 혹시나 해서 검색했는데,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바하밥집에 식사하러 오는 손님들도 ‘투명인간' 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투명인간' 에게 “어서오세요.” “양이 부족하신가요?” “맛있게 드세요." “맛있게 드셨어요?” “오늘 반찬은 좀 맛이 없으셨다고요? 죄송합니다.” “오늘은 맛있으셨다고요? 감사합니다.” “커피도 한잔 드시고 가세요.” 라며 짧은 대화를 주고 받는 순간은 잠시나마 ‘투명인간' 에서 벗어나실 수 있다는 낭만적인 상상을 해봅니다.


(급식 시작하기 전입니다. 이 사진만 보면 '투명인간' 이 식사하는 것 같죠?)

낭만적인 상상은 현실에서는 깨지기 마련입니다. 손님들이 ‘투명인간' 상태를 벗어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투명인간' 인 손님들을 기억하는 바하밥집 스탭들과 후원자들, 봉사자들이 있습니다. 매주 3번, 1년이면 156번을 만나는 손님들을 ‘투명인간' 으로 취급하지 않고자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 그것을 시작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투명인간' 을 ‘투명인간' 이지 않도록 후원과 봉사로 힘써주시는 분들께서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말씀 대신 전합니다. 이번 글은 너무 진지해졌네요. 오늘도 더운데 퇴근 후에 코ㅇ콜라 한 잔 마셔야겠습니다. (제 아내가 제로 칼로리인 코ㅇ콜라 제로를 마시라고 해서 그거 마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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